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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군의 부활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당진군 산업단지에 들어선 공장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갔을까. 뿌연 안갯속에 평택과 당진을 잇는 서해대교가 서서히 위용을 드러낸다. 서해대교를 채 건너기 전 멀리 대규모 산업단지들부터 눈에 들어온다. 당진항을 끼고 쭉 들어서 있는 고대·부곡산업단지의 공장들은 우리나라 ‘철강 산업’의 위상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서해대교를 건너 송악IC로 들어서니 ‘신나게 기업하는 당진군’이라는 팻말부터 실감나게 다가온다. 그런데 각종 산업단지 속에 유독 아파트 단지 하나가 눈에 띈다. 1054가구 대단지로 올 4월 입주한 신성미소지움 단지.
“분양가가 3.3㎡당 450만원 수준이었는데 처음에는 분양가보다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입주가 60% 이상 완료됐고 웃돈도 꽤 붙는 등 상황이 반전됐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마땅한 기반시설이 없는 이곳에는 중개업소들은 물론이고 음식점까지 수십여 개가 몰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모두들 동부제강, 동국제강 등 기존 산업단지 근로자 수요와 함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완공을 기대하고 몰려든 셈이다.
■ 5000여가구 대규모 분양 중, 전세 물건 품귀 ■
산업단지 주변뿐 아니라 당진읍 내에도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실제 당진군 방면으로 가다 보면 신도시도 아닌 곳에 모델하우스들이 쭉 들어서 있다. 한라비발디, 대동다숲, 코아루 등 줄잡아 7~8곳은 된다. 이를 통해 당진군 내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만 5000여가구에 달할 정도.
분양가는 3.3㎡당 500만~600만원 선으로 지방 군(郡) 치고는 만만찮은 가격이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지 않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탓에 투자자들이 점차 몰리는 분위기다. 코아루2차 모델하우스 앞에는 분양권 전매 수요를 노린 중개업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기자가 찾아간 9월 12일이 마침 계약 마감일이었는데 계약 후 전매하는 분양권 매물을 보고 몰린 업자들이란 얘기다.
현재 분양단지마다 적게는 몇 백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 선까지 웃돈이 붙어 있다. 중개업소들 밖에도 분양단지마다 ‘P:1000만원’이라는 알림판, 즉 1000만원 정도 웃돈이 붙어 있다는 매물 정보를 여러 개 내걸 정도. 코아루2차 시행사인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현재 분양이 완료되고 계약이 진행 중인데 투자자들 중 30% 이상이 서울, 수도권 거주자일 정도로 외지인들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한다.
기존 아파트 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당진읍 내 인기 아파트들은 3.3㎡당 700만원 선에 근접했을 정도. 지역 평균으로 보면 2005년 3.3㎡당 400만원대에서 50% 이상 급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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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읍 주공아파트의 경우 105㎡(32평형)의 가격이 2억2000만원 선까지 치솟았다. 벽산아파트 역시 102㎡(31평형)가 1억4000만원 수준으로 올 초에 비해 무려 3000만~4000만원 이상 올랐다. 장미숙 대표는 “수요는 몰리고 있고 매도자가 장을 이끌면서 당연히 집값이 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정리한다. “기존 철강기업뿐 아니라 관련 중소기업들 근로자가 대거 몰려 탄탄한 수요를 형성하고 있죠. 이 때문에 매매가 급등뿐 아니라 전세 물건 품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토지시장만은 정부 규제의 힘을 피하기 어려워 보였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많은 아파트에 비해 토지시장은 거래 위축 분위기가 완연하다. 송악리 일대 도로변 토지 가격은 3.3㎡당 100만원을 웃돌지만 거래는 거의 없는 상황. 당진IC 주변 고향부동산 관계자는 “개발 호재가 많은 당진군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지만 토지 물건은 거래가 없어 상반된 모습을 띠고 있다”고 말한다.
“아파트 가격은 꽤 올랐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인 탓에 외지인들이 아예 토지투자에 발을 들여놓기조차 힘든 상황이죠. 이 때문에 한때 토지 매물로 먹고 살았던 500여개 중개업소들이 지금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당진군 중심지의 주공아파트 모습
■ 당진 투자가치 있나 ■
철강기업 유치 등 개발 호재 많고 분양권 전매 가능 점검 ‘전국에서 두 번째로 넓은 논 면적을 보유한 곳’ ‘52km의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8개 포구가 이어진 해안’ ‘난지도해수욕장, 아미산 등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 충남 당진군에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요즘 ‘기업도시’라는 수식어를 빼놓고는 당진을 얘기할 수 없다.
당진군의 부활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한때 당진은 한보철강의 부도 이후 주변 상업시설이 황폐화 직전까지 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에서 인수하고 공장까지 완공되면서 부활의 서막을 알렸다. 기업들이 몰리면서 자연스레 주거, 상권 수요가 늘어난 것. 당진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당진군의 기업 수는 500여개를 훌쩍 뛰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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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제철소를 건설 중인 현대제철을 비롯해 동국제강과 동부제강, 현대하이스코, 휴스틸 등 다수 철강 업체가 자리를 잡았다. 협력업체까지 합하면 철강 업체 수만 무려 90여곳에 달할 정도로 ‘철강도시’ 위상을 다진 것. 덕분에 아파트 등 주거수요가 몰리고 주변 상권도 덩달아 활기를 띠는 모습이다. 제철소와 20분 거리에 있는 음식점의 경우 5000만~1억원까지 권리금이 형성될 정도다.
“6~7년 뒤 본격 가동될 현대제철 일관제철소에 종사할 인원만 15만명에 이를 전망이어서 토지뿐 아니라 주택 수요도 점차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뿐 아니라 1199만㎡(약 363만평) 규모로 조성되고 있는 석문국가산업단지를 비롯해 송산, 합덕지방산업단지 등 대규모 산업단지가 잇따라 개발되는 중이다. 테크노폴리스 조성이나 우두, 송악지구 등 택지개발지구 사업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종합해보면 당진군이 서해안 개발의 한 축을 담당할 거라는 기대가 많다.
한태욱 대신증권 부장은 “당진군은 육로와 해상교통이 좋아 서울, 수도권으로의 접근성이 좋고 남한 국토의 중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가능성도 기대 요소 중 하나다. 경기도와 충청도는 평택과 당진 등을 묶어 황해경제구역 개발을 추진 중이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 가운데 하나가 황해경제자유구역인데 연말 지정이 유력하다는 설이 나오면서 당진 부동산을 자극하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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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인프라 부족 아쉬워 ■
시(市) 승격 가능성도 당진군의 발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당진군은 인근 부여군과 면적은 비슷하지만 인구는 거의 두 배 수준.(부여군 인구 7만8400여명) 당진군의 올해 말 인구가 15만명이 넘을 것으로 보여 시 승격 기대감이 만연한 상황이다. 97년 인구가 12만500명 수준이었다가 점차 감소했지만 지난해 12만7000여명으로 10년 전 수준을 이미 회복했다. 올 8월 기준으로는 13만2000여명에 달한다. 이렇게 인구가 모이면 자연스레 주거단지도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약점도 몇몇 엿보인다. 철강 경기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는 법. 철강 경기에 따라 지역 경기가 쉽게 좌우되게 마련이다. 미래 기대감이 워낙 높은 탓에 당장의 주거 실수요층이 얇다는 단점도 있다.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완공을 몇 년 앞둔 지금 외지 수요만 몰렸을 뿐 현지 실수요층이 부족한 실정이다.
고종완 대표는 “당진에는 실수요자보다 개발호재를 노린 투기수요가 많은 게 장기 투자가치로 봤을 때 취약점”이라고 진단한다.
개발호재는 많지만 계획 진척 속도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양용화 외환은행 부동산팀장은 “2009년 완공될 당진-대전 간 고속도로 외에는 석문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 등의 개발 계획들이 아직 환경영향평가와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산업단지 개발사업의 본격 시행 여부가 당진군 발전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시가 아닌 탓에 전반적인 도시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 인구는 늘고 있지만 주택은 물론 학교 수마저 모자라 교육 여건이 열악하다. 아직까지 종합대학이 한곳도 없고 제대로 된 병원조차 찾기 힘들다. 화물터미널, 물류창고는 물론이고 병원, 문화, 쇼핑 등 하나같이 인프라가 취약하다.
가장 큰 문제는 교통 인프라. 평택, 당진항의 수출 항만시설, 서해안고속도로와 함께 2009년 완공 예정인 대전-당진고속도로 등 교통 여건이 개선되기는 하지만 이걸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서해안고속도로와 연결되면서 육상교통은 좋지만 실질적인 내륙 지역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하지 못하다는 약점도 있다.
한태욱 대신증권 부장은 “울산, 포항과 같은 제반 인프라가 구축된 공업도시 면모를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도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서해안 고속도로 당진 IC 주변에 몰려 있는 중개업소들
【 당진 부동산투자 유망상품은? 】
토지 대신 상가 투자 노려라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뛴 서울이나 수도권 대신 그리 멀지 않은 당진군에 관심 갖는 투자자들이 요즘 부쩍 늘었다. 많은 주택들이 신규 주택 동시 분양 채비에 나섰고 현대제철 등 대형 공장들이 차차 신증설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1차 상승붐은 지나갔고 지금은 2차 상승붐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도 많다.
당진 부동산에 투자한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각종 개발호재로 부동산투자가 과열양상마저 보이고 있기 때문에 차분하게 급매물을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종완 대표는 “분양권 전매를 노린 투기세력 유입이 많기 때문에 여유자금을 이용한 중장기 관점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설명한다. 토지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지만 지난해까지 각종 편법으로 수도권 사람들이 상당수 매입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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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언급했듯 사회 인프라시설이 미비하기 때문에 상주인원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지 않으면 개발 속도가 늦춰질 우려도 높다. 주택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거나 철강 경기에 따라 상가 가격이 특히 부침이 많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심지어 당진 부동산 가격이 계속 강세를 유지할 경우 투기과열지구로 묶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상품별로 보면 상가투자가 유망하다는 지적이다.
당진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토지투자는 우선 제외시켜 놓는다고 보면, 규제가 많은 주거용 부동산보다는 오히려 임대수익을 노릴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투자가 전망이 밝다”고 판단한다. 특히 안면도를 잇는 연계지역 도로변 상가의 투자가치가 높다는 분석이다. 물론 핵심 도로변 상가들은 대체로 가격이 많이 뛴 점을 고려해야 한다.
투자 주의보가 켜진 토지의 매수 세력 대부분이 다른 지역에서 이전한 사람들이라는 점도 변수다. 가격도 이미 올랐고 외지인에 대한 규제도 만만찮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주로 당진군으로 공장을 유치하려는 법인체들이 토지매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 매물이 없고 개인적으로 투자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굳이 토지투자에 나선다면 용도가 확실한 땅에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일대는 대부분 임야, 논밭으로 구성돼 있어 본인이 직접 사용할 목적이 없다 해도 매도할 때를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 한광호 시간과공간 사장은 “당진에는 크고 작은 공장이 계속 들어서고 있기 때문에 공장 부지나 물류창고로 활용할 수 있는 땅을 구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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